포항 문화도시의 ‘삼세판’ 중 하나인 향기마을 공부방 참가자들(왼쪽 사진)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지난 13일 천안 단국대 체육관에서 열린 ‘천안 문화도시 페스타’(오른쪽). 청년 토크 콘서트와 전시 등이 열렸다. 포항문화도시센터·천안문화도시센터 제공
1차 법정문화도시로서 5년간 도전과 실험을 지속한 천안과 포항. 두 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내일’이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고, 문화가 산업을 일으켜 ‘미래’를 열겠다는 것. 그 과정에서 천안은 청년들의 역할에, 포항은 아트&테크 융복합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형태의 시민 문화 창업, 융합예술프로젝트 실험 등 두 도시가 꿈꾸는 문화도시, 곧 다가올 미래 도시를 들여다본다.
지난 11월 포항 송도 ‘환동해 아트앤테크 중심도시, 포항’ 비전 선포식에 등장한 로봇.포항문화재단 제공
◇청년, 문화, 창업 3박자 조화… 충남 문화도시 맏형, 천안의 저력은 = “혼란스러운 연말에 모처럼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3일 천안 단국대 체육관에서 열린 ‘2024 천안 문화도시 페스타 - 고맙습니다, 천안!’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A 씨는 “우연히 참석했는데, 문화도시 천안을 가꾸는 데 청년들의 역할이 컸다는 걸 알게 돼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청년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문화도시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개그맨 김원효가 진행한 이날 행사는 3000여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청년 문화 토크 콘서트’가 큰 호응을 얻었다. 창업, 취직, 여가생활 등 청년들의 현실적 문제부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 제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오갔다. 2020년 1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7개 도시 중 유일한 문화산업형 도시인 천안만의 매력과 힘이 느껴지는 대목으로, 이날 토크 콘서트에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젤라토를 만들어 사업화한 심상용 젤라부 대표, 천안에서 4년간 20여 개 모임을 운영해온 박선빈 네티 대표, 천안프렌즈 등 로컬 캐릭터를 개발한 아트뮤의 이선혜 대표 등이 참석했다. 청년, 문화, 창업이라는 세 키워드가 조화롭게 자리 잡은 천안 문화도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체육관 내에 설치된 청년 문화창업 기업 부스도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5년간 청년 문화창업이라는 분야에 도시가 어떤 도전을 하고, 무엇을 이뤄냈는지 전시, 체험, 판매 등의 부스를 통해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천안 시민 B 씨는 “지역의 청년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천안 문화도시의 색다른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천안은 2025년부터 새로운 5년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충남에서 가장 먼저 지정된 ‘법정문화도시’답게 충남도 내 ‘광역형 문화도시 모델’을 선보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곡미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문화도시 천안은 앞으로도 천안 지역 문화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아트&테크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향해… 문화도시의 미래는 포항이다 = “농사일을 하다 보면 손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한 해를 보냈어요. 요즘에 알록달록한 손톱 보면서 기분 전환해요. 과장해서 새로 태어난 기분입니다.” 포항 토박이라고 하는 60대 여성 C 씨의 말이다. C 씨는 난생처음 네일 아트에 빠졌다. 살롱을 따로 다니지는 않는다. ‘그곳’에 가면 되기 때문. ‘그곳’은 문화도시 포항이 운영하는 ‘삼세판’(삼삼오오 모여 세상을 바꾸는 문화판). 포항은 지난 5년간 지역의 55개의 문화 활동 공간 ‘삼세판’을 일궜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문화적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포항시 거주 또는 생활권에 속한 3명 이상이면 이를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선 지역민들이 모여 소소한 놀이를 즐기고, 때론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여성들은 C 씨처럼 거친 손을 곱게 다듬으며 몸과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포항 문화도시 관계자는 “삼세판은 시민들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탐구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다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행사나 물리적 결과물에 그치지 않고, 무형의 자산으로 지역에 스며들어 장기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자평했다.
시민의 삶과 밀착된 삼세판으로 문화 저변을 확대해 온 포항은 사실 ‘기술’이 이끄는 미래형 문화도시다. 그 어떤 도시보다 예술과 기술의 접목이 흔하게 이뤄지고, 또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지역이다. 즉, 포항은 문화산업에 특화된 ‘아트&테크’ 도시를 추구한다. 프랑스 낭트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산업 클러스터 사례를 배우는 세미나를 개최했고, 작가 21명이 참여한 ‘포항 융합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 달간 포항의 과학, 역사, 환경, 생태 등 다양한 분야의 리서치를 통해 기계 예술 작품, 퍼포먼스, 게임, 데이터 기반 로보틱 아트, 인공지능(AI) 기반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다양한 형태의 융합예술을 결과물로 선보였다.
포항의 궁극적인 목표는 ‘융복합 아트&테크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이다. 로컬 콘텐츠에 기반한 문화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올해 컨설팅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공간을 활용한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수협 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한 ‘동빈문화창고1969’, 문화창업지구 ‘꿈틀로’, 포항 대표 명소 ‘스페이스워크’등이 우수 사례로 꼽힌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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