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기업에서 투잡을 뛰던 60대 남성이 사망한 것을 두고 일본에서 고령화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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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영방송 NHK는 16일 "기후대학 연구원과 측량담당 직원으로 일하던 60대 남성이 사망한 것과 관련, 노동관청이 직장내 스트레스를 개인이 떠 맡겨놓은 것인 원인이라고 판단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산재판정을 받은 60대 남성은 기후대학과 도쿄에 본사를 둔 측량 등을 수행하는 회사에서 각각 2019년 12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가 2021년 5월에 사망했다.
유족과 대리인 변호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대학에서는 연구원으로서 국제 기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망 직전 한 달여 동안 대학측에 이를 호소했지만 무시됐다. 기업에서는 기술자로서 사망 직전인 2021년 2월경까지 6개월여 동안 혼자 74곳의 교량 점검 사업 데이터를 처리하고 취합했다. 노동관청은 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남성이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판단하고, 올해 4월 산재로 인정했다.
유족은 "교량 분야의 전문가로서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장래에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었지만 이런 비극으로 인해 너무나도 억울하다"면서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학과 회사는 책임을 인정하고, 직장 환경을 개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후대학은 NHK에 "노동기준감독서로부터 직접적인 지도를 받은 사실은 없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서 "근무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회사 측은 "개인 정보 및 프라이버시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답변을 삼간다"고 했다.
일본 노동정책연구·훈련기구가 2022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한 18만 8980명 중 ‘일이 2개 이상이며 부업을 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6%인 1만 1358명이었다. 부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입을 늘리고 싶어서’가 54.5%로 가장 많았으며 ‘한 가지 일만으로는 수입이 적어 생활 자체가 어려워서’가 38.2%,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싶어서’가 18.7%였다.
후생노동성은 여러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산재에 대해 한 곳의 업무 내용을 개별적으로 평가해 판단해 왔다. 부업이나 겸업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2020년에 법률을 개정한 후 근무하는 모든 직장의 업무 내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재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유족 법률대리인은 "여러 직장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노동시간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재로 인정된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여러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부업 및 겸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여러 직장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축적에 대해 어떻게 건강 관리를 할 수 있을지 논의를 더욱 심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로자의 자발적 신고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며, 상사 등의 건강 상태 파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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