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익 STEPI 박사
이현익 STEPI 박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금 시작해도 따라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야와 정부가 당장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무역·통상, 과학기술 등 각종 정책에 전 세계가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한국만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소동으로 골든타임을 보내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그렇다면, 첨단 과학기술이 글로벌 파워의 새로운 '통화'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대로 우리의 협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전략적 카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지난 6일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트럼프의 귀환, 한국이 직면한 과학기술혁신의 위기와 기회' 보고서를 펴낸 이현익(사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우리가 채워주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이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라는 점을 확고히 인식시키고, 그에 걸맞은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거래의 기술에 능한 사업가이자 정치인인 트럼프는 동맹의 기여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과 관세 부과 등 각 나라마다 대우를 달리 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최근 몇 년 새 R&D 투자 감소로 '혁신 강대국'인 미국의 위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 양국 간 R&D 협력을 먼저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 이후 연방 정부의 R&D 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정부 R&D 예산을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D 예산 감축은 미국 전반에 걸친 혁신을 늦추고, 양적으로 추월당하고 있는 중국에 패권을 내줄 수 있어 미국 입장에서 부족해진 R&D 예산을 채울 수 있는 소위 '돈줄'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명목으로 과도한 분담금을 제시하려는 것도 미국 재정지출을 줄이고,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 내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기반으로 감세와 불법 이민자 단속을 통한 일자리 확충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이 박사는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역량과 글로벌 R&D 협력을 통해 미국이 가려워하는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을 먼저 제시하고, AI, 양자, 우주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선도국인 미국과의 협업을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전면에 내세운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 전략으로 미국과 전략기술 동맹을 맺으며, 중국의 세력 확대를 견제하는 카드를 쓰고 있다. 일본 역시 2015년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제한하고 지역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미국과 기술·안보 동맹을 견고히 하고 있다.
이 박사는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이후 우리 조선산업을 언급하며 협력 필요성을 제기한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은 자국 내 무너져 내린 반도체, 조선, 원전 분야 제조 생태계를 되살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세계 최고 제조 역량을 가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라면서 "이를 우리 산업정책에 적극 반영하면서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결국 미중 글로벌 패권경쟁이든 미국의 '그레이트 아메리카 전략'이든 트럼프 입장에서 이를 실현하는 핵심은 우수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앞으로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학기술 분야 우수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준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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