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은 오랫동안 위태롭게 버텨왔다. 코로나19 이후 그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너도나도 입을 모아 디지털 전환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얼마 전 칼럼에서 지역신문의 과감한 디지털 전환을 주장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낡은 매체 방식을 고수하며 서서히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두렵고 낯선 디지털 세계로 뛰어들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것인가. 이제 선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 속 지역신문사들은 이렇다 할 변화 없이, 마치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듯하다. 지난 칼럼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상'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그 이상을 가로막는 '현실'과 '절망'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늦은 밤, 부서 후배와 함께 퇴근길에 나섰다. 결혼 준비로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후배에게 말했다. “이렇게 야근하면서 고생하는데, 월급이나 좀 확 오르면 얼마나 좋겠어요.” 후배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선배, 저는 월급 몇 푼 더 받는 것보다 함께 일할 동료가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후배는 예상 밖의 이야기를 뚜렷한 어조로 이어갔다. “지역신문이 자금 압박으로 문을 닫을 위기라고들 해요.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측은 경영상의 위기만 얘기하지만, 기자들이 사기가 꺾여서 하나둘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그게 진짜 위기 아닐까요?” 그의 대답은 내 질문의 얕음을 꼬집는 듯했다. 지역신문 기자들은 왜 떠나는 걸까. 단순히 박봉 때문일까? 아니다. 대다수 기자들은 돈보다는 지역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정된 인력으로 쏟아지는 업무를 감당하며 매일 한계에 부딪히다 보면, 스스로의 기사가 진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결국, 신문사의 구조적 한계를 느끼며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7년 동안 한 회사에 있으면서 기자 수가 약 10명 줄었다. 인력 유출은 악순환을 낳는다. 인력이 부족하면 남은 직원들에게 과도한 업무가 돌아간다. 현안을 쳐내기도 바쁜 기자들은 허덕이다가 사기가 꺾이고 이탈로 이어진다. 이탈자가 늘어나면 조직의 매력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신규 인재 유치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대로라면 미래는 '파국'으로 확정돼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지역신문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이 있다. 약 8개월간 함께 일한 인턴 기자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그는 정규직 전환 면접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뭐야? 그냥 네 진짜 마음을 말해봐.”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세상에 궁금한 게 많아요.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은 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너무 멋있어 보여요.” “근데 꼭 지역신문 기자여야 할 필요는 없잖아?”라는 내 질문에도 그는 단호히 답했다. “저는 고향인 경남에서 일하고 싶어요. 제 뿌리를 떠나고 싶지 않거든요. 하지만 이 회사에서 떨어지면 선택지가 없어요. 결국 고향을 떠나야겠죠.”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지역신문사에 문을 두드리는 청년이 많다. 지역에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뭔가를 해보려는 청년들 말이다. 사내에서는 인력 유출과 중노동으로 인한 기사 질 저하 등을 걱정하는데 바깥에서는 지역신문사에 들어가고 싶은 청년들이 적지 않으니, 상당히 아이러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인력 유출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지역 청년들에게 지역신문사가 더 이상 매력적인 회사가 되지 못할 테다. 고리를 끊는 해법은 이미 명확하게 나와있다. 지역신문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독자와 지역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며,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문제는 이같은 결단은 마치 '베팅'과도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성공하면 대박을 맞지만 실패하면 파국에 치달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종말의 시계는 째깍째깍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