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신약 연구개발 현장. 한미약품 제공
SK바이오팜의 뇌전증 관리 AI 플랫폼 '제로'와 연동한 스마트 기기. SK바이오팜 제공.
격동의 K-바이오 (4)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더이상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신약개발 속도 경쟁과 생산성 전쟁에서 앞설 수 있는 확실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K-제약바이오 기업들은 AI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와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존의 신약 개발 프로세스는 10년 이상 소요되지만, AI 활용 시 생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 물질 발굴, 약물 탐색·설계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온코마스터, 휴레이포지티브와 AI 모델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온코마스터와 휴레이포지티브는 AI 기반 치료반응성 예측 플랫폼을 활용해 유한양행이 보유한 신약 물질의 성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정밀의학 기반의 혁신 신약 개발 방식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도 신약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서 AI 신약 개발 기업 아이젠사이언스와 협력하고 있다. 아이젠사이언스는 독자 보유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제안하고,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을 토대로 해당 물질의 도입 여부를 평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AI 플랫폼 '데이지'를 개발하고, 전임상과 임상, 시판 등 신약 개발 전 주기에 AI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올해 2월부터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화합물 8억종의 분자 모델을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AI 신약 개발을 구축했다.
한독은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웰트에 2021년부터 투자·협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지난 6월에는 한독과 웰트가 개발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가 처방을 시작했다. 슬립큐는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허가 임상 시험결과에서 수면 효율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ST는 지난달 AI 솔루션 기업 에이아이트릭스와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공조키로 했다. 이번 협약으로 에이아이트릭스는 AITRICS-VC(바이탈케어) 등 다양한 AI 솔루션을 동아ST에 공급한다. 동아ST는 국내외 유통망을 활용해 에이아이트릭스의 AITRICS-VC와 AI 솔루션을 국내외에 공급할 계획이다.
투자와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GC녹십자는 2020년 병·의원 전자의무기록(EMR) 공급 사업을 진행하는 유비케어를 인수해 일찌감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동화약품은 디지털 치료제 회사 하이, 삼진제약은 AI 의료기업 뉴로핏 등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 중에선 SK바이오팜의 디지털 헬스기기 '제로 글래스'가 주목받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파, 심전도, 움직임 등의 생체신호를 측정해 뇌전증 발작을 탐지하고 예측하기 위한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현재 제로글래스의 임상시험을 준비 중인 상황으로, AI 엔진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내달 13~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AI가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다수 참가해 관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매년 1월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행사다. 연구개발(R&D) 성과, 투자유치 및 파트너십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글로벌 빅파마를 비롯해 투자사나 바이오기업 등이 모여 사업 개발 기회를 모색한다.
국내에선 엔젠바이오가 미국 자회사 엔젠바이오AI를 통해 행사에 참가한다. 엔젠바이오AI는 AI 기반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전문 임상시험수탁기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참석은 글로벌 투자자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엔젠바이오AI는 다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AI 플랫폼 기술을 소개할 계획이다.이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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