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기 전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후폭풍 수습 국면에서 전체 민심보다는 ‘보수 코어 지지층’에 우선 기대겠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경험한 중진 의원들과 친윤(친윤석열)계가 한동훈 전 대표 퇴진을 주도하고, 당의 방향키를 쥐면서 이런 기류가 더욱 뚜렷해졌다.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됐지만 탄핵은 반대한다는 주장인데, 여당 스스로 지지 기반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한 친윤계 중진의원은 17일 통화에서 “탄핵에 찬성해도 중도 민심이 우리를 지지할 가능성은 너무 적다. 계엄으로 입은 타격을 회복하려면 보수 핵심 지지층이라도 일단 잡고 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경험한 한 당직자도 “이런 상황에서도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굳건한 베이스가 있어야 이후 외연 확장을 시도해볼 여지라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폭주에 맞서기 위해 오죽했으면 계엄을 택했겠느냐’는 논리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를 안고 가야 반전 기회라도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중진과 친윤계가 탄핵 이후 한 전 대표 사퇴를 노골적으로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친한(친한동훈)계를 ‘배신자’라 부르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한 전 대표가 떠밀리듯 퇴장하면서 ‘탄핵은 잘못됐다’는 주장은 국민의힘 간판 목소리로 굳어졌다.
문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입장이다. 여권 주류는 계엄 자체는 비판하면서도 ‘질서 있는 퇴진’마저 거부한 대통령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은 피해왔다. 당을 벼랑 끝으로 몬 계엄 발동 책임자를 추궁하지 못하는 ‘자기모순’에 빠진 셈이다.
조경태 의원은 “계엄은 잘못됐다면서 탄핵은 반대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나조차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라며 “민심에 귀를 막고, 소수의 ‘태극기 부대’에만 의존하다가는 당이 회복은커녕 더 쪼그라드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80명이든 90명이든 배신자들 다 몰아내고 우리끼리 하자는 얘기의 속내가 무엇이겠나”라며 “당을 이른바 ‘영남 자민련’으로 축소해 버리고 권력을 잃는 한이 있어도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의원 배지’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계엄 비판 목소리를 낼 수 있던 명분이 한동훈 지도부의 존재였다”며 “그마저 제 손으로 쫓아내 버리면서 야당의 ‘계엄 옹호’ 비판을 그대로 받게 된 처지가 됐다”고 한탄했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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