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열매 ‘착한일터’인 IT 기업 예람의 강사돈 대표가 11일 사랑의열매 배지를 단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윤성호 기자
“‘착한일터’가 된 후론 직원들이 나서서 기부하고 싶고, 봉사하고 싶은 곳을 알아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어요. 분위기가 다른 회사와 많이 다르죠.”
지난 11일 오후 2시쯤 대전 중구에 위치한 정보기술(IT) 기업 ‘예람’의 사무실 입구에는 직원들이 포장한 ‘성탄 박스’들이 놓여 있었다. 이날 만난 강사돈(56) 예람 대표는 “매년 이맘때쯤 10만 원 내외의 물품들을 포장해 노인복지센터와 지역아동센터 등 7개 사회시설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대학 기독교 동아리 친구들과 1999년 예람을 설립했고 현재는 약 6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곳에 거의 모든 임직원들은 월급의 일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등에 기부하고 있다. 예람은 지난 2011년 2월 사랑의열매 착한일터로 선정됐고 누적 성금은 약 1억8000만 원에 달한다. 착한일터는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는 사랑의열매 나눔 프로그램으로, 직장 내 5명 이상 직장 동료 및 소모임 회원 등 단체 누구나 가능하다.
예람은 착한일터인 동시에 ‘나눔명문기업’이다. 나눔명문기업은 ‘고액 기부 중견·중소기업’ 모임으로 최초 2000만 원 이상을 기부하고 3년 내 1억 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 곳에 주어지는 칭호다.
예람의 임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에 있는 중증장애인시설에 봉사를 나가기도 한다. 강 대표는 “시간이 맞는 10명 내외의 직원들과 함께 매달 시설로 봉사를 가는데, 시설 측에서 ‘예람 직원분들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해줄 정도로 저희를 좋아해 준다”며 “직원들 제안으로 50명의 인도 아이들에게 월 3만 원씩 기부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나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회사 분위기가 한결 따뜻하고 밝아졌으며 수평적인 문화가 정착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회사에서는 대표부터 말단 직원까지 서로 경어를 쓸 정도로 존중하는 문화가 강하다”며 “그 덕분에 근속 기간도 다른 회사에 비해 긴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기부할 곳이나 봉사하고 싶은 곳을 먼저 발굴해 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 대표와 그의 아내는 ‘아너 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기부자)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아내는 수화를 할 줄 알아 언어장애인들에게 수화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며 “나보다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내향적이었다는 그는 ‘인생 첫 기부’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중학생 때 교회의 조그만 종이 망가진 것을 보고 모아놨던 용돈으로 아무도 모르게 몰래 새 종을 사 놓은 기억이 있다”며 “어린 마음에 했던 첫 기부”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때의 만족감이 강렬하게 남아 기부를 계속해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기부를 “씨앗을 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이거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라고 말하지만 작은 씨앗들을 뿌리다 보면 언젠가는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며 “당장 어떤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곳에서든 우리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이를 바탕으로 꽃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사랑의열매에 1억 원을 일시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김석회 광진복지재단 대표가 ‘나눔의 기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김석회 광진복지재단 대표 “직원 7명 매달 117만원씩 기부 사회 도움되는 일 한다는 행복 팀 분위기·업무 만족도 좋아져”
지난 4월 착한일터로 선정된 광진복지재단 역시 김석회 대표를 비롯해 직원 7명 모두가 사랑의열매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매달 117만 원씩 1년 7개월 동안 기부한 성금은 약 2000만 원에 달한다. 11일 오전 9시 서울 광진구 광진복지재단에서 만난 김 대표는 착한일터 프로그램에 가입한 이후 직원들의 사기가 눈에 띌 만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소액이라도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다른 회사 관계자들이 재단에 들를 때마다 직원들의 표정이 유독 밝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30년간 건설업계에서 일해오다 재단 비상임 대표를 맡은 김 대표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일주일에 이틀은 재단에 출근해 경영 업무를 보고 있다”며 “재단 대표로 제 앞으로 나오는 모든 월급과 활동비는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8월 사랑의열매에 1억 원을 일시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기부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매일 먹는 세끼처럼 일상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시공업체의 사훈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상식인이 일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린고비처럼 자기가 가진 것을 꽁꽁 숨길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놓아야 한다”며 “기부를 통해 나누는 기쁨을 다른 사회 구성원들도 느끼고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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